● ‘약한 고리’ 노리는 불법 사금융
법정 최고이자를 초과해 수천 %의 이자 장사를 벌이는 불법 사금융이 박 씨처럼 어려운 상황에 놓인 싱글맘, 급전이 필요한 실직자 등 우리 사회 ‘약한 고리’인 취약계층을 파고들고 있다. 제도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어린 자식의 신변을 위협하는 등 악질적인 불법 추심을 벌여 사회를 좀먹는다.
불법사금융 피해구제센터에 따르면 올 7월 인천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으로 세 아이를 키우던 한 40대 여성이 불법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채를 쓰기도 했다. 자녀의 학원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인터넷 대출중계플랫폼에서 30만 원을 빌렸다가 원리금이 열흘 만에 180만 원으로 늘었고, 시간당 10만 원의 불법 지연 이자를 강요받았다.
지난달에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남편과 암 투병 중인 딸을 돌보며 생계를 이어가는 60대 자영업자가 불법 채권 추심을 당하기도 했다. 사채업자들은 원리금을 갚아도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이며 연체 이자를 추가로 요구했다. 이를 돌려막느라 불법 대출을 7건이나 받아야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연도별 불법사금융 신고·상담 현황’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관련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2019년 5468건에서 지난해 1만3751건으로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선 10월까지 1만2398건이 접수됐다. 불법사금융 피해구제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신고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제 피해 건수는 금감원에 접수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법정 최고 금리 인상 등 근본 대책 필요”
정부는 불법 사금융을 근절하기 위해 홍보를 강화하고 철저한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 금리 인상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002년 대부업법에서 연 60%대로 규정했던 최고이자율이 현재는 20%까지 떨어지며 합법적인 대부업계를 쪼그라들게 했다”라며 “불법 사금융판이 더 커지지 않도록 최고 금리의 적정성을 재검토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합법적인 대부업체는 ‘생활금융업’ 등으로 이름을 바꿔 불법 대부업체를 더 잘 식별할 수 있도록 하고 사후적으로는 불법 대부업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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